카프게시판

광고 및 홍보성 내용이나 정치,종교적 색깔을 띈 내용 및 협회의 취지에 위배되는 글 또는 사진은 협회 직권으로 삭제가 됩니다.

취업난 20년…무엇이 문제일까?

박찬원 0 778 2017.04.11 21:45

취업난 20년…무엇이 문제일까?

졸업 시즌이 지났지만 "일자리가 없다"는 말이 많이 들립니다. 청년을 위한 일자리는 왜 없을까요?
우리나라에서 청년 취업난이 사회문제가 된 지가 어느덧 20년인데, 왜 이 문제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을까요?

  • 최경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

                

  청년 일자리 문제가 외국에서는 서서히 개선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선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요. 청년 취업난에는 여러 요인이 있습니다. 우선 핵심 요인으로 외환 위기 직후 신규 채용을 포함한 기업들의 인력 관리 체제 개편을 꼽을 수 있습니다.

대기업 5곳 중 1곳 "상반기 채용 줄이거나 안뽑겠다"
1998년 1월 12일 서울 명동 YWCA회관에서 열린 '외채상환 금모으기 범국민운동 발대식'의 모습 /조선DB

외환 위기 이후
기업들 '인력 관리 효율화'

1997년 이전에는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 문제가 그리 심각하지는 않았습니다. 당시 이미 미국이나 유럽에서 청년 실업 문제가 나타나고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기업들은 과거 해오던 대로 일정한 수의 신입 직원을 뽑아 각 부서에 배치했습니다.

그러다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가 터졌습니다. 외환 위기는 기본적으로는 외환 관리 문제였지만 우리 기업들의 고비용 구조가 주요 원인 중 하나였습니다. 기업들의 수익성이 낮아 부채가 쌓였고 이 부채는 금융기관 부채로 이어져 위기의 단초가 됐습니다.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기업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비용 구조를 청산하려 했고, 그 핵심이 바로 '인력 관리의 효율화'였습니다. 효율적인 인력 관리란 '꼭 필요한 인력만 사용한다'는 뜻입니다. 이 과정에서 자동화로 대체 가능한 인력을 크게 줄였고, 구체적으로는 생산직과 사무직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인력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신규 채용은 더욱 큰 폭으로 줄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생산직·사무직의 청년 채용이 매우 빠른 속도로 줄었습니다.

(왼)2017년 상반기 현대자동차그룹 인적성검사(HMAT)를 보러가는 취업준비생들 모습 (오)베트남 호치민시 인근의 한국 신발업체 '화승비나'의 작업장 모습 /뉴시스, 조선DB

건설 노동자, 목공, 기계공, 전기공 등 '기능직', 공장에서 제품을 조립하거나 기계장치를 조작하는 생산직인 '장치 조작·운전직' 등이 크게 줄었습니다. 또 일반 사무·인사·경리·판매를 담당하는 사무직도 감소했습니다. 기업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이런 일들을 자동화하거나 해외 생산으로 대체했습니다.

즉 1997년 외환 위기가 극복됐음에도 청년 취업난이 해소되지 않은 것은 '산업 기술 변모' 때문입니다. 산업 기술이란 갑자기 변하는 것이 아닌데, 외환 위기 이후 갑자기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은 기업들의 행태가 크게 바뀐 데 있습니다.

다른 선진국에선 이런 변화가 서서히 진행된 반면 우리나라에선 과거 생산 체제를 유지해오던 기업들이 위기를 겪은 뒤 생존을 위해 갑자기 체제를 바꾸면서 충격이 크게 나타난 것입니다.

서울 연세대학교 캠퍼스 학생회관에 설치된 대기업·공기업 채용정보 게시판의 절반 정도가 비어 있다 /조선DB

교육제도도 문제,
경제 역동성 떨어져

우리나라 교육은 일반 교과 교육 중심이며, 표준 교육을 받은 '중간층 인력'을 넓게 양성하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상·하위 격차도 다른 선진국들보다 작은 편입니다.

과거 졸업생들은 직장 내 조직 생활에 적응하면서 업무를 배우고 다른 분야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평범한 청년들이 직장에서 처음으로 세상을 익히는 자리가 바로 사무직이나 생산직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무직과 생산직이 줄어들면서 청년들은 좁아진 취업문 앞에 부딪히게 됐습니다.

이미지 크게보기

그 결과 한정된 기회를 놓고 경쟁이 치열해졌고 과거보다 높은 학력을 갖춰 경쟁에서 유리한 조건을 갖추려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청년들이 취업을 유보하고 있는 비율이 높은 반면 취업자 임금은 나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취업 기회가 늘어난 분야는 서비스직과 판매직입니다. 이 직업들은 고객을 상대하는 대인(對人) 서비스라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청년들은 이런 일자리를 별로 선호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자리 질도 그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육체노동도 마찬가지여서 요즘 건설 현장에선 청년 인부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청년 일자리 문제가 외국에서는 서서히 개선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선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 경제의 역동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새롭게 성장하는 산업이나 기업이 많지 않습니다. ▷기사 더보기

美·日 경기 살아나 실업률 줄어드는데… 한국은 제자리 걸음

청년 실업은 우리나라만의 문제일까요? 우리나라 청년 실업을 일본, 미국과 비교해보겠습니다.

지난 30년간 한국·일본·미국의 25~29세 실업률은 확연히 다른 추이를 보였습니다. 30대 실업률에 비해 20대 후반 실업률은 각국이 처한 경제 상황과 취업 시장의 특성, 기업 채용 관행에 따라 차이가 컸습니다.

청년 '체감 실업률' 27.9%에 달해
이미지 크게보기

韓美日 20대 후반 청년 실업률 비교
한국 - 경기 침체로 꾸준히 증가세
미국 - 작년 10.4% 한국보다도 낮아
일본 - 졸업자 취업 20년간 최고치

일본은 전반적으로 우리나라보다 청년 실업률이 낮습니다. 일본 기업은 전통적으로 신규 졸업자(新卒) 위주로 뽑는 관행이 있어 학생들이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990년대 초 거품경제가 붕괴되고 기업 신규 채용이 줄어들면서 실업률이 계속 올라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프리터(프리+아르바이트)'라고 불리는 미취업 청년들이 임시 일자리를 전전하는 문제가 발생했고, 그 비율이 2003년엔 15~34세 취업자의 11%나 됐습니다.

최근 일본은 소비 회복 등에 따라 실업률이 낮아졌고, 졸업자 취업은 지난 20년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만 프리터들이 30대가 돼서도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문제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취준생이 면접관 선택해요… 청년이 웃는 일본
이미지 크게보기(왼)일본 최대 취업박람회가 열린 지바지 국제회의장 마쿠하리멧세의 의료기기 전문회사 '에란' 직원 모습 (오)미국 뉴욕 힐튼 호텔에서 열린 실직자들을 위한 구직설명회 모습 /김수혜기자,조선DB

우리나라는 대학 진학률이 약 70%로 일본(48%) 등에 비해 훨씬 높습니다. 청년 일자리가 줄었지만 '실업자'에 포함되지 않는 대학생이 늘면서 지금까지 청년 실업률 수치가 급등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고학력자들이 본인 기대에 못 미치는 일자리를 기피하면서 청년 취업난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는 청년 실업률이 경기 변동 사이클과 거의 비슷하게 움직입니다. 미국에는 청년 취업을 보장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별로 없고, 청년들은 직장을 여러 번 옮기면서 자신에게 맞는 안정된 직장을 찾거나 직접 창업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사 더보기

Comments

페이스북에 공유 트위터에 공유 구글플러스에 공유 카카오스토리에 공유 네이버밴드에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