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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와 아마추어 식별법 10개항

박순웅 0 35 07.17 04:47

프로와 아마추어 식별법 10개항

 

프로와 아마추어 바둑인을 가려내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폼으로만 봐선 잘 식별이 안 된다. 웬만한 프로보다 더 멋진 손동작을 구사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프로를 아마추어로 대한다면 엄청난 실례이고, 아마추어를 프로로 오인하면 바보가 돼 버린다.

 

프론지 아만지도 구별 못하면서 묘수 책만 달달 외운다고 바둑의 심오한 세계를 이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 뭘로 식별하느냐. 요령은 수 백 가지가 있지만 제한된 공간에 몽땅 다 언급할 순 없어 다음 10가지로 압축했다. 이 비결은 고수(高手)와 하수(下手)의 감별법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1)프로는 두기 전에 생각하고, 아마는 둔 다음에 생각한다

 

2659804E596AC6B904A82B가장 고전적이면서도 기초적인 구별 방법이다. 수읽기의 깊이, 시야(視野)의 차이가 두 부류를 이렇게 갈라놓았다. 숱한 아마추어들이 돌을 갖다놓기 무섭게 비명을 내지르는 것은 한 수 앞도 못 내다보기 때문이다.

 

프로들이야 어디 그런가? 지세(地勢)와 병력(兵力)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사()거리를 정밀계측, 정 조준 후 발사한다. 그 빈틈없는 정교함과 억척스러움이란 병아리 채가는 솔개가 무색하다. 아마추어? 돌팔매 헛손질로 제 팔만 아플 뿐이다.

 

2)프로의 장고는 생각하는 시간, 아마의 장고는 쉬는 시간

 

시간은 바둑 승부의 중요한 변수. 하지만 프로와 아마가 맞대결하는 경우 시간이란 전혀 의미가 없어진다. 수읽기의 폭에 격차가 있으면 백날을 생각해본들 부처님 손바닥 위의 손오공에 불과하다.

 

아마가 장고할 때만큼 프로들에게 무료한 시간은 없다. 스르르 잠이 올 정도다. 그렇다고 설마 잠이야 자겠는가. 오늘 저녁엔 누구하고 한 잔 할까를 구상하기 딱 좋은 시간이다. 

 

3)프로는 머리로, 아마는 입으로 둔다

 

아마추어끼리 판을 벌일 때 입은 필수 불가결한 군사 장비다. 포문(砲門)이 열렸다하면 상대방에 대한 비하, 경멸, 위협, 기만, 읍소, 엄살 등 온갖 첨단 포탄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온다. 그 형태도 비명, 속삭임, 비웃음, 탄식을 거쳐 노래 가락에 이르기까지 다양함의 극치를 이룬다. 대국 중 가장 원활하게 풀가동되는 신체 기관은 머리도 손도 아닌 입이다.

 

프로의 대국은 거의 참선에 가깝다. 기껏해야 웅얼웅얼 외계어(?)로 푸념하거나 쩝쩝입맛만 다시는 정도다. 가끔 바보야!”하고 자책하는 파계승(?)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상대방보고 하는 소리로 오인할까봐 그 것도 입 속으로 삼켜버린다. 참 인간적으로 연민의 정을 느끼게 만드는 직업이다.

 

4)아마는 멋, 프로는 맛

 

프로들은 바둑 판 앞에 앉으면 무슨 밥상이라도 받은 기분인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웬 놈의 맛을 그렇게 찾는가. ‘맛이 나쁘다’, ‘맛좋은 끝내기’, ‘맛을 남겼다’, ‘이런 맛’, ‘저런 맛. 대국장에 메뉴판이 돌아다니지 않는 것은 불가사의에 가깝다. 미식가 프로 기사들이 우승하면 상금대신 조미료 세트가 전달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아마추어들이 추구하는 것은 맛보다는 멋이다. 착점 동작부터 프로 뺨친다. 체조나 피겨처럼 예술점수를 매기지 않는 게 아쉬울 뿐이다. 어디 동작뿐인가. 고압적 모자 씌우기, 과감한 손빼기에다 다케미야가 무색할 5연성, 6연성도 속출한다. 죽을 때도 최후의 단수로 몰릴 때까지 버티다가 장렬하게 전사한다. 일찍 포기(?)하는 프로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시종일관 폼에 살고 폼에 죽는 아마 기객들의 풍류야말로 오청원 선생도 부러워할 멋이자 특권이다.

 

5)프로는 먹기 위해 바둑 두고, 아마는 바둑 두려고 먹는다

 

274C6B4E596AC6B908A985이건 두 집단의 본질과 관련된 식별법이다. 프로인지 아마인지 헷갈리는 인물이 있다면 밥 먹겠소, 바둑 두겠소? 하고 물어보라. 바둑을 택하는 쪽이 밥보다 바둑을 더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봐야하는데 십중팔구는 아마추어다. 적어도 밥상 앞에선 아마가 프로보다 윗길인 셈이다.

 

하지만 점심 저녁 건너뛰면서 방내기로 푼돈 긁어모으고 있는 당신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오늘부로 아마추어 세계에서 축출이다.

 

6)프로는 돈과 명예, 아마는 돈보다 명예

 

기전이 크고 상금이 많을수록 프로들은 힘을 낸다. 아마추어도 똑같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대다수 아마들에게 돈보다 훨씬 더 소중한 것이 명예다. 6점으로 이겨 몇 푼 챙기느니 3점으로 패해 장렬히 산화하는 쪽을 택한다.

 

이라고 비웃지 말라. 부귀영화를 초개처럼 여기고 명예롭게 한 평생 살다 간 선열(先烈), 지사(志士)의 기개와 맞닿아 있다. 명예 추락을 돈으로 막는이런 이상주의자들 덕택에 오늘도 기원 도처에서 활기찬 장()이 선다. 아마가 지면 지갑이 비지만, 프로가 지면 가슴이 베인다.

 

7)프로는 진 판을 못 잊고, 아마는 진 판이 기억에 없다

 

이긴 기쁨은 짧고 패한 아픔은 오래간다고 한다. 하지만 이건 프로들에 국한된 얘기다. 아마추어들의 사전엔 패한 바둑은 한 판도 없다. 진 판은 자동으로 기억 회로에서 사라지기 때문이다. 한국기원도 아마추어 전적 따위는 기록으로 안 남긴다. 입만 벌리면 누구누구를 혼내 줬다는 무용담뿐이다. 무지 편리한 시스템이다.

 

프로의 세계에서 승자는 돈과 명예와 자존심 등 모든 것을 가져간다. 패배는 곧 끝장을 의미하므로 진 판이 훨씬 오래 기억된다. ‘The winner takes it all.’ 스웨덴 혼성 그룹 아바의 노래 제목이 프로들의 애환을 함축하고 있다. 그들 멤버 4명은 바둑도 모두 프로급 고수들이었음에 틀림없으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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