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잡지

수명연장의 그늘

대한은퇴협 0 216 2016.12.26 15:33

[프라임경제] 최초로 중국통일을 이룬 진시황은 불로장생을 위한 불로초를 찾고자 온 세상을 뒤졌다는데, 결국 불로초는 구경도 못해보고 50세에 객사했다고 한다.

장수는 인류 역사상 인간들의 바람이고 꿈이었다. 근대화 이후 평균수명은 계속 증가해왔고 조선시대에는 평균수명이 46세였던 우리나라도 수명이 늘어 이제는 기대수명이 82.1년으로, 100세 시대가 됐다. 100세 이상 고령자도 5년 새 70% 이상이나 급증했다. 

그런데 정작 장수시대가 되자, 많은 문제점이 쏟아지고 있다. 장수시대, 고령화는 사회에, 또한 개개인에게 축복인가, 재앙인가? 한마디로 준비된 국가·개인에게는 축복이고 준비 안된 사회와 개인에게는 재앙이다. 

우리 미래는 어두워 보인다. 피라미드형의 인구구조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고령화로 인한 문제들이 급속히 악화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사회 고령화가 재앙인 것은 저출산과 동시에 진행돼 인구 구조가 역삼각형이 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고령화 속도가 1위며 출산율은 OECD 국가 중 최하위로, 이로 인해 자연 증가 인구가 바닥을 친 인구절벽 위기다. 젊은이들은 아이를 덜 낳고 노인들은 더 오래 산다는 점이 문제다. 

당장 내년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살) 감소가 시작된다. 이런 상태라면 오는 2031년부터 인구쇼크, 본격적인 인구 감소가 시작되며 2060년에는 잠재성장률이 0%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인구가 줄면 국가경제는 기초가 흔들린다. 인력이 자원인 우리나라에서 인구구조의 변화는 시장의 변화를 의미하므로, 인구 감소를 걱정하는 이유는 경제 때문이다. 안 그래도 어려운 경제상황에 저출산·고령화는 경제 회복의 걸림돌이다. 

저출산으로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들면 당장 정부의 세수가 감소하는 반면 고령화에 따라 증가하는 노인 부양인구가 늘면서 복지지출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국가의 재정 건전성 악화를 가속화한다. 

안 태어나고 덜 죽으면 노동·소비·투자하는 사람들이 사라진 세상이 돼 결국 디스토피아(dystopia), 암울한 미래상이 예상된다.

우리사회에서 저출산의 심각성이 문제화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15년째 초저출산국의 기준이 되는 1.3명에도 못 미치는 장기적인 저출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청년들은 미래가 불안해서 결혼과 출산을 미룬다. 결혼을 꿈꿀 수도, 아이를 낳을 수도, 아이를 기르기도 어려운 우리 현실이다. 

정부는 그동안에 저출산 문제를 해결한다며 80조원이 넘는 거액을 투입, 각종 정책을 내놓았으나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 출산율은 계속 저조하다. 

심지어 저출산 대책 가운데 하나로 미혼 남녀를 위한 '단체 미팅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는 계획까지 내놓은 정부의 코미디(comedy) 같은 정책에 할 말이 없다. 

성인 97.5%가 정부의 저출산 정책을 못 미더워한다는 의견은 사실상 거의 모든 국민이 정부 정책이 효과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의미다.

저출산·고령화는 인류역사에서 처음 겪는 인구 문제이고 이를 위해 역사나 과거의 제도에서도 참고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 그래서 더욱 근본적 해결을 위한 법과 제도, 실효성있는 정책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마주친 현실은 암담하다. 인구지진을 앞둔 우리 사회는 각종 연구와 발표, 공약만 무성했다. 저출산·고령화의 문제만 떠들었지 정작 현실에 맞는 대책은 흐지부지되고 있다. 

심각성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는 정부와 정치권에서 여전히 인구감소 문제는 방치되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우리는 귀중한 대책 마련 시간을 놓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청년층의 결혼을 주저하게 하는 일자리·주거·보육 등 근본 문제를 중심으로, 결혼을 꿈꿀 수 있고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정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국가와 개인 모두가 인구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위기극복에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저출산·고령화 대책 마련을 백지에서 다시 제대로 짜야 한다.

정치는 국민들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문제들의 해법을 강구하는 일이 근본이다. 복잡하고 이해상반되는 각종 주장들을 조정하며 지혜를 모으고 화합, 국가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art_1482740576.jpg가장 중요한 점은, 정치는 국민이 행복한 삶을 살게 하는 것이 목적이 돼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 국민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불안에 시달리는 사회에 살고 있다. 

황정애 대한은퇴자협회 회장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