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잡지

[한국경제]오피니언 - 노인연령 기준 높여야 하나

관리자 0 2,323 2015.06.19 00:00
노년층 복지안전망서 밀려나…더 큰 재정부담 뒤따를 수도

정책별로 연령대 차등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

기사 이미지 보기
2002년 1월 대한은퇴자협회 창립식에서 테스 켄자 미국은퇴자협회 회장은 '나이는 단지 숫자를 의미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 이후 이 말은 국내에서 나이듦의 긍정적인 면을 뜻하는 말로 자주 쓰인다.

이제 한국에선 나이든 세대의 사회적 책임이 커지고 있고, 노년에 대한 정의도 새롭게 요구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한노인회에서 노인연령 기준 상향 조정안을 제시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노인연령 기준을 높임으로써 후대와 국가의 부담을 줄여 보자는 주장이다. 대한노인회가 대단히 어려운 결정을 했다. 일단 환영의 박수를 보낸다.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는 1950년 12월 총회에서 65세를 세계 각국의 고령화지표 기준으로 정했다. 이후 복지정책을 입안하거나 인구 관련 통계조사를 할 때 65세가 노인연령의 기준으로 정착됐다.

하지만 이 연령 기준은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나라마다 67세, 68세 등으로 상향 조정되고 있다. 다만 일괄적으로 노인연령 기준을 높이는 게 아니라 정책 프로그램별로 나이를 맞춰 간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경우 정년을 65세에서 70세로 올렸다가 아예 나이 제한을 폐지했다.

노인연령 상향 조정은 언뜻 보면 좋은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젊은 세대의 부담을 오히려 늘리고, 국가 재정에 더 큰 짐을 얹게 되며 빈곤율을 더욱 상승시킨다. '고용률을 높이고 노년 일자리를 만들면 될 것'이라고 하지만 노동시장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연령 조정이 되면 당장 100만명에 이르는 노년층이 사회안전망 밖으로 밀려나게 된다. 그들이 택할 수 있는 건 기초생활 수급자가 되거나 빈곤의 늪에 빠지는 길뿐이다. 기초생활 수급자가 되려면 복잡한 심사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국가의 빈곤율은 사회안전망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의 65세 이상 평균소득 빈곤율은 13.5%다. 한국 노년층의 상대 빈곤율은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2011년 45.1%에서 2013년 47.2%, 지난해엔 49.6%를 기록했다. 올해엔 50%를 넘어설 전망이다.

기사 이미지 보기

국제 사회에서 늘 듣는 자살률 세계 1위, 빈곤율 1위 등은 이제 부끄럽다 못해 창피할 정도다.
 
유엔에선 66~79세를 중년으로, 80세부터 노년으로 표시한다. OECD에선 66~75세를 ‘젊은 노년’으로, 그 이상 연령대를 노년으로 명기하고 있다. 한국보다 약 두 배나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일본이나 선진국도 노인연령 기준을 바꿔 정책을 만들지는 않는다. 정책 프로그램별로 연령대를 차등 조정해 최대한 현실에 맞게 운영한다.

후대와 나라의 재정 부담을 덜어주고자 제안된 대한노인회의 노인연령 기준 상향 조정 제안에 걱정이 앞서는 이유가 또 있다.

여당이 환영하고 정부가 뒤따르는 모양새가 정치권의 또 다른 ‘표퓰리즘(표를 생각한 정책)’이 아닌지 의문이다. 당장엔 달콤한 곶감 같아도 장기적으로 현실적 영향을 잘 살펴봐야 할 것이다.

Comments

페이스북에 공유 트위터에 공유 구글플러스에 공유 카카오스토리에 공유 네이버밴드에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