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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경향 선정 13대 대선의제](2) 고령화

관리자 0 1,727 2013.04.05 00:00

 

 

[2012 경향 선정 13대 대선의제](2) 고령화

 

김한솔·남지원 기자 hansol@kyunghyang.com

 

 

'등록금 부담 때문에 아들 하나는 군대 보내… 노후준비는 언감생심'

경향신문이 선정한 ‘18대 대통령 선거 13대 의제’ 중 ‘고령화 사회’를 주제로 한 집담회가 지난 25일 경향신문사 6층 khan_art_view.html?artid=2012112722243950
회의실에서 열렸다.

집담회에는 이우웅(70), 김선태(69), 주명룡(66), 이상오(64), 손귀자(59), 정종국(55), 이봉만(43)씨 등 7명이 참석했다. 퇴직 후 노후생활을 하고 있는 60~70대와 은퇴 및 노후를 앞두고 있는 40~50대들이다. 참석자 모두 자녀의 교육비나 결혼 비용, 주거비 부담에 치여 노후준비를 체계적으로 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은퇴자들은 앞으로 수십년이나 되는 ‘제2의 인생’을 살아야 하지만 정부의 노인 일자리는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저임금이기 때문에 숫자놀음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재 50대 후반인 한국 사회의 정년을 선진국처럼 60세 이상으로 높여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여야 대선 후보 모두 노인복지 확대를 외치지만 대통령이 된 뒤에 이를 제대로 지킬지 모르겠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다음은 집담회 주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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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이 선정한 18대 대선 13대 의제 중 두번째인 ‘고령화 사회’를 주제로 열린 집담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지난 25일 경향신문 회의실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봉만, 정종국, 이우웅, 김선태, 주명룡, 손귀자, 이상오씨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 '아내 병원비로 600만원 대출받아… 큰 병이라도 걸릴까 조마조마'

- 본인들의 노후생활 상황이나
노후 준비에 대해 얘기해달라.

이우웅 = 개인사업을 하다 실패해 노후대책이라는 걸 세울 여유가 없었다. 은퇴한 지금은 중학교에서 경비로 일하고 있다. 어렵게 애들 키우고 공부시키고 나니 나한텐 남는 게 없었다. 다행히 아들이 직장을 잘 잡아 날 신경써준다고 하긴 하는데 나이 들어 애들한테 손 벌려서 생활한다는 게 편하지가 않다. 경비일을 하면서 받는 월 90만원과 아들이 보내주는 50만원 정도의 생활비로 아내와 살고 있다. 사실상 아들이 보험인 셈이다.

김선태 = 초등학교 교장으로 은퇴했다. 교원연금을 받고 있어서 생활에 큰 어려움은 없다. 정부가 만든 노인 일자리 중 하나인 문화해설사 일을 하고 있다. 현재 노년유니온이라는 노인노조의 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정종국 = 독립유공자가 4명 있는 집안에서 태어나 현재 독립유공자협회에서 일하고 있다. 협회에서 받는
급여와 국가연금 등 수입이 월 300만원 정도 된다. 하지만 노후대책은 전혀 없다. 대학생 2명과 고등학생 1명인 자녀 교육비로 모든 돈이 들어간다. 등록금 부담 때문에 대학생 아들 하나는 군대를 보냈다.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언제 될지 모른다. 또 애들 결혼시키려면 큰돈이 필요하다. 나는 이른바 ‘베이비 붐’ 세대로 불리는 50대 중반이다. 내 또래 친구 10명 중 9명이 모두 나 같은 처지다. 노후준비는 꿈도 못 꾼다.

손귀자 = 서울시 산하기관에서 노인, 청소년 상담사 일을 하다가 퇴직했다. 퇴직 후 일정한 수입은 없다. 노인대학에서 강의하고 봉사하면서 지낸다. 경제적으로 자유롭지 못하다. 가족이 없는 독거노인이다. 나의 노후 대책은 오로지 ‘건강’뿐이다. 건강하게 살면 의료비 등 소비가 그만큼 줄어들지 않나. 요양시설 등에서도 오래 일했기 때문에 향후에 노인요양시설에 들어가 생활하면서 일도 하는 방법을 생각 중이다.

이상오 = 중학교 체육교사를 하다 퇴직했다. 아들 둘 결혼시키고 나니 남은 돈은 한 푼도 없다. 다행히 연금을 받고 있긴 한데 우리 내외가 할 일이나 갈 곳이 없는 게 큰 문제다. 아들이 가까운 곳에 살고 있어 손자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것이 가장 큰 일거리다.

이봉만 = 40대 중반에 교육청에서 일하는 공무원이다. 퇴직 후 창업을 하기 위해 요리학원을 다니고 있다. 주말이면 외국인 관광객 안내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데, 서울 종로 탑골공원에 가면 노인 몇 백명이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일본 관광객들이 모두 의아해한다. 일본에서는 노인들이 공원에서 할 일 없이 돌아다니는 일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것만 봐도 한국의 노인복지와 노인생활이 얼마나 열악한지 느낄 수 있다.

- 노후생활의 어려움에 대해 얘기해 달라.

이우웅 = 혼자서 중학교 경비를 하고 있는데, 평일 16시간, 휴일에는 24시간 내내 학교를 지켜야 한다. 2005년 이 일을 시작했는데 당시 월급이 68만원이었다. 7년이 지난 올 초까지 월급이 78만원으로 10만원밖에 안 올랐다. 그나마 최근 학교 비정규직의 열악한 처우에 대한 언론 보도 등이 많이 나오면서
용역업체에서 월급을 90만원으로 올려줬다. 그래도 시간당 4580원인 법정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 학교 경비는 대부분 나 같은 고령자들이 한다. 이렇게 장시간 일하는데 받는 급여는 최저 생활을 하는 데도 턱없이 모자라는 실정이다. 학교 같은 공공기관에서도 노인에 대한 처우가 이 지경인데, 일반 회사 등은 오죽하겠는가.

김선태 = 2주 전에 집사람이 무릎이 안 좋아서 병원에서 수술을 했는데 건강보험 외에도 600만원이나 들었다. 나는 건강보험 외에는 다른 보험이 하나도 없다. 당장 병원비 600만원이 없어 고스란히 대출을 받아야 했다. 나는 그래도 연금이 나오니까 앞으로 대출금을 갚아나가면 되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큰 병이 나면 정말 살림이 거덜나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상오 = 학교에서 퇴직하고 일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구청을 여러 번 찾아갔다. 그런데 나같이 나이든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파트 경비원이나 주차요원밖에 없었다. 내가 수십년 동안 교사생활을 하며 갖게 된 능력을 활용할 자리가 아니라고 보고 이력서도 안 냈다. 정부나 지자체가 제공하는 노인 일자리에는 노인들이 갖고 있는 능력과 경험을 활용하는 게 거의 없는 실정이다. 노인단체 등을 통해 1년에 몇 번씩 서울이나 지방에서 보험설계사들이 시험 볼 때 시험감독을 하러 간다. 용돈이라도 벌어보려 한 건데 생활에는 전혀 도움이 안된다. 지방에 시험감독하러 가면 KTX 비용으로만 10여만원이 나가기 때문에 남는 돈은 2만~3만원에 불과하다.

정종국 = 주변 친구들을 보면 자식들 집 마련하는 데 돈을 쏟아부으며 살고 있다. 내가 살 집, 내 자식들이 결혼해서 살 집을 장만할 생각을 하면 노후준비는 전혀 불가능하다. 정부가 주택정책을 제대로 못해 집이 주거 목적이 아니라 투기 목적이 되고,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라갔다. 나는 아들 둘이 집을 사겠다고 돈을 대달라 하면 싫다고 할 거다. 아이들도 경제가 어렵고 부모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두 아들 모두 미국 가서 살겠다고 하더라. 부모 세대의 모습을 보면서 대한민국에서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다.

손귀자 = 노인들에게 경제적 어려움도 문제지만 외로움은 더 큰 문제다. 예전에 노인상담을 하면서 자살을 생각하는 노인들의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이분들은 매일 집에서 TV만 보면서 옆집에서 가족들이 웃는 소리만 나도 죽고 싶다고 하더라. 나도 내 자식 잘 키웠는데, 왜 이러고 살아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서울 탑골공원 등에는 경기도에서도 전철을 타고 오는 노인들이 많다. 이들이 단지 집에 먹을 것이 없어서 오는 것이 아니다. 집에 있으면 외롭고, 자녀나 배우자에게 구박도 받다 보니 새벽 첫차를 타고 이곳으로 모여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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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식 둘 결혼시키고 나니 수중에 남은 돈 거의 없어'
▲ '7년째 학교서 밤샘 경비일… 급여 너무 적어 생활 빠듯'
▲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다… 노인을 위해 무얼 했는지'

- 정부가 기초노령연금이나 노인 일자리 확대 등 각종 노인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얼마나 효과가 있나.

주명룡 = 내가 아는 한 독거노인은 현재 정부로부터 월 9만4000원의 기초노령연금을 받고 있다. 2008년 처음 시행된 기초노령연금은 이후 매년 0.25%씩 20년 동안 올려 두 배가 되도록 설계돼 있다. 법에도 규정돼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 푼도 오르지 않았다. 국회에서 연금특위를 만들어 인상안을 의결해야 하는데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법대로라면 지금까지 기초노령연금이 2만3000원 올라야 한다. 이 돈이면 달걀 160개를 살 수 있고, 라면도 47개 살 수 있다. 노인들에게 적은 돈이 아니다. 지금 선거를 앞두고 노인복지를 확대하겠다는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다. 그동안은 도대체 뭘 하고 있었는지.

김선태 = 내가 경복궁에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문화예술 안내 일은 정부가 우리 같은 퇴직자들을 위해 만든 공공부문 노인 일자리다. 급여는 월 20만원이다. 그것도 1년 12개월 중 7개월만 준다. 정부는 월 20만원씩 6~7개월 주는 일자리를 만들어 놓고 '노인 일자리 22만개 창출했다. 노인 22만명을 구제했다'고 떠든다. 정말 숫자놀음에 불과하다. 월 20만원짜리 일자리로 무슨 노인 대우를 해준다는 것인가. 예산이 부족하다면 차라리 일자리 숫자를 줄여서라도 월 50만~60만원씩 주는 게 더 낫다. 사실 퇴직하기 3년 전부터 노후생활에 도움이 될까 해서 자격증을 준비했다. 그런데 막상 퇴직하고 나와 보니까 자격증 같은 건 아무런 쓸모가 없더라.

정종국 = 지방은 서울에 비해 노인복지가 더욱 열악하다. 내 고향이 경북 청도인데 정말 아무것도 없다. 시골 면사무소 같은 데 노인센터나 무료강좌가 있는 곳은 거의 없다. 서울에서는 주민센터에서 밥도 공짜로 주고 에어로빅 같은 것도 가르쳐 주지 않나. 서울에서 가장 못사는 동네도 충청도나 경상도보다 좋다. 노인복지마저 서울에 집중돼 있는 것이다.

- 고령화 대책의 핵심 중 하나가
일자리 창출이다. 은퇴자들의 창업을 활성화하거나 기업이나 정부의 노인 일자리를 늘리는 방법이 있는데, 지금 현실은 어떤가.

김선태 = 퇴직 후 창업을 하는 일도 쉬운 게 아니다. 오래전 알던 한 교장선생님이 퇴직 후 연금을 일시금으로 받아 사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2~3년 후 그분이 정말 처참한 모습으로 돌아오셨다. 사업 실패로 진 빚을 간신히 청산하고 구속되는 것만 면했다고 한다. 철저한 사전 준비나 고민 없이 뭐라도 하면 되겠지 하고 무작정 창업을 했다가는 그대로 ‘홈리스(노숙인)’ 신세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꼈다.

손귀자 = 제가 아는 분도 회사에서 받은 퇴직금을 남편 사업에 몽땅 투자했다가 망했다. 자녀들 결혼도 시켜야 하는데 경제 사정도 열악하고 부모 직업도 내세울 게 없어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한다. 그 과정에서 다단계 사업 등 돈이 되는 것은 뭐든지 했지만 아직도 신용불량자다. 남편은 부인이나 아이들에게 얼굴을 들지 못하고 집에서 마치 죽은 사람처럼 살고 있다. 가정 전체가 파탄이 난 것이다.

주명룡 = 최근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 노동자가 연간 4만여명이라고 한다. 한국에 4만개의 일자리가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기업들은 조금만 나이가 먹어도 뽑지 않는다. 우리 또래인 1940년대생이라고 이력서에 쓰면 아예 보지도 않는다고 한다. 일 자체는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들인데 기업들은 노인이라고 외면한다. 얼마 전 모 대기업이 과장급 이상 2500명을 명예퇴직시키려 했는데, 신청자가 100명밖에 안됐다. 나가면 죽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명퇴금을 몇 억원 준다 해도 나가지 않는 것이다. 정부가 만들었다는 노인 일자리도 모두 싸구려 일자리뿐이다. 노인들이 일할 곳이 없다.

이우웅 = 나이 많은 사람들도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든지 있다. 국가가 정책적으로 노인들에게 그런 일을 하도록 보장해줘야 한다. 같은 일도 일하는 사람을 늘리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 우리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이 주 40시간이다. 그런데 나처럼 당직 경비일을 하는 사람들은 주 130시간씩 일한다. 2~3명이 할 일을 1명이 하고 있는 것이다. 노인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학교나 아파트 경비직 같은 일은 노인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로 검증이 된 상태다. 법에 정한 노동시간에 맞추기만 해도 노인 일자리를 몇 만개 이상 늘릴 수 있다.

- 고령화 대책 중의 하나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정년연장이다. 하지만 정년연장은 젊은 세대의 취업 기회를 빼앗기 때문에 안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어떻게 생각하나.

김선태 = 정년연장은 반드시 돼야 한다. 현재 한국에서 정년이 되는 나이가 보통 57세에서 58세 정도다. 이 나이에 퇴직하면 남은 인생이 거의 50년인데 뭘 어떻게 하고 살란 말인가. 정년연장이 되면 급여가 많은 고연령층이 회사에 많이 남아 있어 기업의 부담이 커진다고들 얘기한다. 하지만 일정한 연령층이 된 이후에도 회사를 계속 다니면서 임금을 줄이는 ‘임금피크제’ 등을 활성화하면 비용 부담을 크게 높이지 않고도 정년연장이 충분히 가능하다.

정종국 = 정년연장에 반대한다. 우리 세대뿐 아니라 다음 세대도 봐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고용과 관련돼 가장 큰 문제는 20대 등 젊은층의 실업 문제다. 은퇴해야 할 노인들이 정년연장으로 자리를 비켜주지 않으면 창창한 20대들은 취업의 길이 막힐 수밖에 없다. 공무원이나 대기업처럼 철밥통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일하는 분들이 정년연장을 주장한다. 노인들이 국가로부터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기업이나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 세금이 많이 걷혀야 한다. 젊은 세대가 열심히 일해 세금을 많이 내야 국가가 고령화 대책을 세울 수 있는 것이다. 어차피 노인들을 부양해야 하는 것은 젊은이들이다.

주명룡 = 정년연장을 요구하는 것은 당장 우리가 혜택을 보자는 것이 아니다. 후세들의 노년을 위해 얘기하는 거다. 청년과 중장년층, 노년층이 찾는 일자리는 절대적으로 일치하지 않는다. 노년층의 정년을 연장한다고 청년층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다. 현재 정부나 여야 모두 말하는 것을 보면 60세까지는 정년이 연장될 것 같다. 하지만 이를 넘어서 선진국처럼 65세까지는 연장돼야 한다. 임금피크제는 정년보장한답시고 임금을 삭감하는 건데, 일본이랑 한국밖에 없는 희한한 제도다. 임금피크제를 정년연장의 수단으로 쓰는 건 옳지 않은 것 같다. 기업들이 정년은 연장하되 인건비 총액은 늘리지 않겠다는 꼼수다.

김선태 = 우리도 젊은층이 취업난을 겪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30세, 35세에 취직해서 57세에 퇴직한다고 생각해보라. 한 20년 직장에서 일하면서 번 돈으로 퇴직 이후 40~50년을 생활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한가. 결국 젊은층을 위해서라도 정년연장은 필요한 조치다.

- 18대 대선 후보들에게 우리 사회의 고령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달라고 말하고 싶나.

이우웅 = 노인들이 사회에 부담이 되지 않게 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노인들의 노동력을 어떻게 하면 사회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선거에 나오는 후보자들마다 일자리를 만든다는 공약은 매번 한다. 그런데 두 사람이 해도 벅찬 일을 한 사람한테 시켜놓고 일자리를 찾으러 다니면 되겠는가. 우리 사회 곳곳에 장시간 노동을 하는 부문이 많다. 근로시간을 줄이면 일자리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노인 일자리를 늘리는 것뿐 아니라 젊은층의 취업난을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상오 = 노인들이 자신이 가진 능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나도 오랫동안 체육교사를 했으니까 주민센터 등에서 노인들을 위한 관련 강좌를 열고 싶다. 스트레칭이나 체조 등을 가르치면 내가 가진 능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구청에 간혹 그런
프로그램이 있다고 들었는데 어디서 어떻게 신청해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노인 일자리를 늘리는 것과 함께 이에 적합한 대상자를 연결하기 위한 관리와 홍보도 강화해야 한다.

이봉만 =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공원에서 노인분들이 할 일 없이 모여 앉아서 가만히 계시는 걸 보지 않게 됐으면 좋겠다. 노인 개인들에게 5000원이나 1만원 주는 것은 당장은 표가 나겠지만 효과가 크지 않다. 노인정책 예산을 대폭 늘려 관련 협회나 지방자치단체에 보조금을 지급해 노인들을 위한 교양강좌를 다양하게 여는 등 효율적으로 예산을 쓰는 방식을 많이 고안해야 한다.

김선태 = 이번 선거를 보면서 한국이 언제 이렇게 진보성향의 나라가 됐는가라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 여야 각 당 공히 노인복지정책을 보면 거의 똑같다. 얼마 전 심상정 진보정의당 대표를 만났는데 자신은 ‘완판녀’라고 말했다. 자신이 예전에 내놓은 진보적 정책들을 지금 보수 정당들도 다 가져다 쓰고 있기 때문이란다. 그저 대선 후보들이 대통령이 된 후에도 자신들이 말한 정책을 지켜주기만 바랄 뿐이다.

주명룡 = 2009년부터 연령차별금지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이미 고용돼 있는 세대에게만 적용되고 퇴직한 고령층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퇴직한 고령층은 큰 회사 등에 아무리 이력서를 내봐야 나이 때문에 고용이 안된다. 연령차별금지법을 강화해 기업들이 고령층에게 문호를 개방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감시·단속·경비 등 일부 직종은 일정 연령 이상의 고령층만 고용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것도 노인 일자리를 늘리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정종국 = 반값 등록금이니 반값 아파트니 그동안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많은 공약들이 새빨간 거짓말이 됐다. 더 바랄 것도 없이 각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노인정책을 지켜주기만 해도 좋을 것 같다.

'아내 병원비로 600만원 대출받아…큰 병이라도 걸릴까 조마조마'
고령화 대책의 핵심 중 하나가 일자리 창출이다. 은퇴자들의 창업을 활성화하거나 기업이나 정부의 노인 일자리를 늘리는 방법이 있는데, 지금 현실은 어떤가.

김선태 = 퇴직 후 창업을 하는 일도 쉬운 게 아니다. 오래전 알던 한 교장선생님이 퇴직 후 연금을 일시금으로 받아 사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2~3년 후 그분이 정말 처참한 모습으로 돌아오셨다. 사업 실패로 진 빚을 간신히 청산하고 구속되는 것만 면했다고 한다. 철저한 사전 준비나 고민 없이 뭐라도 하면 되겠지 하고 무작정 창업을 했다가는 그대로 ‘홈리스(노숙인)’ 신세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꼈다.

손귀자 = 제가 아는 분도 회사에서 받은 퇴직금을 남편 사업에 몽땅 투자했다가 망했다. 자녀들 결혼도 시켜야 하는데 경제 사정도 열악하고 부모 직업도 내세울 게 없어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한다. 그 과정에서 다단계 사업 등 돈이 되는 것은 뭐든지 했지만 아직도 신용불량자다. 남편은 부인이나 아이들에게 얼굴을 들지 못하고 집에서 마치 죽은 사람처럼 살고 있다. 가정 전체가 파탄이 난 것이다.

주명룡 = 최근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 노동자가 연간 4만여명이라고 한다. 한국에 4만개의 일자리가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기업들은 조금만 나이가 먹어도 뽑지 않는다. 우리 또래인 1940년대생이라고 이력서에 쓰면 아예 보지도 않는다고 한다. 일 자체는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들인데 기업들은 노인이라고 외면한다. 얼마 전 모 대기업이 과장급 이상 2500명을 명예퇴직시키려 했는데, 신청자가 100명밖에 안됐다. 나가면 죽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명퇴금을 몇 억원 준다 해도 나가지 않는 것이다. 정부가 만들었다는 노인 일자리도 모두 싸구려 일자리뿐이다. 노인들이 일할 곳이 없다.

이우웅 = 나이 많은 사람들도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든지 있다. 국가가 정책적으로 노인들에게 그런 일을 하도록 보장해줘야 한다. 같은 일도 일하는 사람을 늘리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 우리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이 주 40시간이다. 그런데 나처럼 당직 경비일을 하는 사람들은 주 130시간씩 일한다. 2~3명이 할 일을 1명이 하고 있는 것이다. 노인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학교나 아파트 경비직 같은 일은 노인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로 검증이 된 상태다. 법에 정한 노동시간에 맞추기만 해도 노인 일자리를 몇 만개 이상 늘릴 수 있다.

- 고령화 대책 중의 하나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정년연장이다. 하지만 정년연장은 젊은 세대의 취업 기회를 빼앗기 때문에 안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어떻게 생각하나.

김선태 = 정년연장은 반드시 돼야 한다. 현재 한국에서 정년이 되는 나이가 보통 57세에서 58세 정도다. 이 나이에 퇴직하면 남은 인생이 거의 50년인데 뭘 어떻게 하고 살란 말인가. 정년연장이 되면 급여가 많은 고연령층이 회사에 많이 남아 있어 기업의 부담이 커진다고들 얘기한다. 하지만 일정한 연령층이 된 이후에도 회사를 계속 다니면서 임금을 줄이는 ‘임금피크제’ 등을 활성화하면 비용 부담을 크게 높이지 않고도 정년연장이 충분히 가능하다.

정종국 = 정년연장에 반대한다. 우리 세대뿐 아니라 다음 세대도 봐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고용과 관련돼 가장 큰 문제는 20대 등 젊은층의 실업 문제다. 은퇴해야 할 노인들이 정년연장으로 자리를 비켜주지 않으면 창창한 20대들은 취업의 길이 막힐 수밖에 없다. 공무원이나 대기업처럼 철밥통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일하는 분들이 정년연장을 주장한다. 노인들이 국가로부터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기업이나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 세금이 많이 걷혀야 한다. 젊은 세대가 열심히 일해 세금을 많이 내야 국가가 고령화 대책을 세울 수 있는 것이다. 어차피 노인들을 부양해야 하는 것은 젊은이들이다.

주명룡 = 정년연장을 요구하는 것은 당장 우리가 혜택을 보자는 것이 아니다. 후세들의 노년을 위해 얘기하는 거다. 청년과 중장년층, 노년층이 찾는 일자리는 절대적으로 일치하지 않는다. 노년층의 정년을 연장한다고 청년층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다. 현재 정부나 여야 모두 말하는 것을 보면 60세까지는 정년이 연장될 것 같다. 하지만 이를 넘어서 선진국처럼 65세까지는 연장돼야 한다. 임금피크제는 정년보장한답시고 임금을 삭감하는 건데, 일본이랑 한국밖에 없는 희한한 제도다. 임금피크제를 정년연장의 수단으로 쓰는 건 옳지 않은 것 같다. 기업들이 정년은 연장하되 인건비 총액은 늘리지 않겠다는 꼼수다.

김선태 = 우리도 젊은층이 취업난을 겪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30세, 35세에 취직해서 57세에 퇴직한다고 생각해보라. 한 20년 직장에서 일하면서 번 돈으로 퇴직 이후 40~50년을 생활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한가. 결국 젊은층을 위해서라도 정년연장은 필요한 조치다.

- 18대 대선 후보들에게 우리 사회의 고령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달라고 말하고 싶나.

이우웅 = 노인들이 사회에 부담이 되지 않게 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노인들의 노동력을 어떻게 하면 사회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선거에 나오는 후보자들마다 일자리를 만든다는 공약은 매번 한다. 그런데 두 사람이 해도 벅찬 일을 한 사람한테 시켜놓고 일자리를 찾으러 다니면 되겠는가. 우리 사회 곳곳에 장시간 노동을 하는 부문이 많다. 근로시간을 줄이면 일자리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노인 일자리를 늘리는 것뿐 아니라 젊은층의 취업난을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상오 = 노인들이 자신이 가진 능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나도 오랫동안 체육교사를 했으니까 주민센터 등에서 노인들을 위한 관련 강좌를 열고 싶다. 스트레칭이나 체조 등을 가르치면 내가 가진 능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구청에 간혹 그런 프로그램이 있다고 들었는데 어디서 어떻게 신청해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노인 일자리를 늘리는 것과 함께 이에 적합한 대상자를 연결하기 위한 관리와 홍보도 강화해야 한다.

이봉만 =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공원에서 노인분들이 할 일 없이 모여 앉아서 가만히 계시는 걸 보지 않게 됐으면 좋겠다. 노인 개인들에게 5000원이나 1만원 주는 것은 당장은 표가 나겠지만 효과가 크지 않다. 노인정책 예산을 대폭 늘려 관련 협회나 지방자치단체에 보조금을 지급해 노인들을 위한 교양강좌를 다양하게 여는 등 효율적으로 예산을 쓰는 방식을 많이 고안해야 한다.

김선태 = 이번 선거를 보면서 한국이 언제 이렇게 진보성향의 나라가 됐는가라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 여야 각 당 공히 노인복지정책을 보면 거의 똑같다. 얼마 전 심상정 진보정의당 대표를 만났는데 자신은 ‘완판녀’라고 말했다. 자신이 예전에 내놓은 진보적 정책들을 지금 보수 정당들도 다 가져다 쓰고 있기 때문이란다. 그저 대선 후보들이 대통령이 된 후에도 자신들이 말한 정책을 지켜주기만 바랄 뿐이다.

주명룡 = 2009년부터 연령차별금지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이미 고용돼 있는 세대에게만 적용되고 퇴직한 고령층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퇴직한 고령층은 큰 회사 등에 아무리 이력서를 내봐야 나이 때문에 고용이 안된다. 연령차별금지법을 강화해 기업들이 고령층에게 문호를 개방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감시·단속·경비 등 일부 직종은 일정 연령 이상의 고령층만 고용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것도 노인 일자리를 늘리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정종국 = 반값 등록금이니 반값 아파트니 그동안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많은 공약들이 새빨간 거짓말이 됐다. 더 바랄 것도 없이 각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노인정책을 지켜주기만 해도 좋을 것 같다.

 

<2012.11.27. [경향신문] 기사>

 

2013.04.05

대한은퇴자협회(KA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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