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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청바지 입고 팝송 듣던 환갑 세대-어르신 대접 거부하는 ‘新 노년층’

관리자 0 1,821 2013.04.05 00:00

 

 

청바지 입고 팝송 듣던 환갑 세대

…어르신 대접 거부하는 ‘新 노년층’

100세 시대, 노년은 무엇인가

이승녕·전영선 기자 francis@joongang.co.kr | 제303호 | 20121223 입력
 
 
나이가 들어도 열정적으로 배우고 일하는 ‘청년노인’들이 늘고 있다. 뒷방에 처박힌 ‘천덕꾸러기’라는 말은 오래 전 이야기다. 놀이문화도 예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젠 젊은이들 못지않게 역동적이고 재기 발랄하다. 외모와 생활태도만 봐서는 나이를 짐작하기도 어렵다. 노년층은 이번 대선에서도 20~30대 젊은 층에 맞서 유감없이 파워를 과시했다. 의료·연금 등 복지에 대한 요구도 이젠 조직화할 기세다. 노년(老年)의 정의를 새로 써야 할 때가 왔다.
 
30022412.jpg지난 9월 서울 노원구 마들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3회 서울시장기 실버축구대회’ 경기 장면.
#장면 1. '봐주면서 해야 한다니까. 점수 차이가 너무 나면 아무도 우리랑 안 하려고 해요.'강만종(76) 감독의 목소리에 여유가 넘쳤다. 그가 이끄는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 실버축구단은 영하 10도를 밑돈 27일 아침에도 서울 노량진배수지공원 구장에서 경기를 했다. 상대는 서울 한 자치구의 실버팀. 전원 70세 이상 24명으로 구성된 서울시 팀은 실버 축구계의 명문이다. 10월 충남 공주에서 열린 전국대회에서 부산팀을 꺾고 우승했다.강 감독은 '국가대표 출신도 있고, 대부분 조기축구회에서 30년 이상 경력이 있는 선수'라고 말했다. 강 감독은 실버축구팀을 새로 구성하려는 곳이 있으면 전국 어디든 가서 선수 선발이나 훈련 계획 등 실무를 조언해 주는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그는 '실버축구단의 창단이 최근 5년 새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9월 개최된 서울시 장기 실버축구대회에는 25개 팀 600여 명이 참가했다. 올해에는 서울과 경기도 남부에서 75세 이상 팀이 따로 만들어졌다. 80대 선수도 여럿이다. 이북 5도팀, 인천팀이 구성되는 내년 4월부터는 ‘75세 이상 리그’를 따로 개최할 예정이다.
 
#장면 2. '비지스의 ‘스테잉 얼라이브’가 나오니까 속된 말로 뒤집어졌지요.'11월 30일 저녁 서울 용산구 미8군 영내의 클럽 ‘R&R 하우스’. 100여 명의 참석자가 미국인 전문 DJ의 음악에 맞춰 디스코 파티를 했다. 오후 10시까지 이어진 파티에서는 1970년대 댄스음악이 이어졌다. 대한 은퇴자협회가 개최한 ‘갈라 디너’ 겸 댄스파티였다. 참석자는 대부분 60~70대. 파티 이름은 ‘마음은 아직 젊다(Still Young at Heart)’.행사를 주최한 은퇴자협회 주명룡 회장은 '조용한 모임에 익숙한 한국 노인들이 호응을 안 해 주면 어쩌나 처음에는 걱정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턱시도 등을 한껏 차려입은 참석자들은 파티가 시작한 지 5분도 안 돼 자리에 앉을 새도 없이 음악과 춤에 빠져들었다. 주 회장은 '70년대에 청바지 차림에 팝 음악을 즐겨 들으며 젊음을 보내고 갓 60대에 접어든 이들의 문화적 감수성은 예전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협회는 내년 3월 더 큰 규모로 봄 댄스파티를 열 계획이다.
 
#장면 3. '출근할 곳이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죠. 혼자 소일하는 게 아니라 젊은이 등 손님들과 대화하면서 배우는 것도 많아요.'익숙한 솜씨로 에스프레소를 뽑으며 김일남(71·가명)씨가 말했다. 김씨는 서울 안국동의 북카페 ‘삼가연정’에서 일하는 11명의 실버 바리스타 중 한 사람이다. 2009년 문을 연 삼가연정은 지난 20일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지역 명소다. 김씨는 2001년 의료업계에서 은퇴한 뒤 8년 가까이 여행 등으로 소일하며 지냈다. 하지만 여생을 여행만으로 보낼 수는 없었다. 2009년 서울노인복지센터의 창업 교육을 받다가 삼가연정의 창업에 참여했다.김씨는 '처음에는 주변에 숨겼고 사실을 안 자식들이 반대도 했다'며 '하지만 요즘은 건강에도 좋다며 오히려 격려한다'고 말했다.주변 친구 중에도 김씨를 부러워하는 이가 많다.

30022506.jpg(왼쪽)대한은퇴자협회가 지난달 11월 말 서울 용산에서 개최한 디스코 파티. 60~70대 회원들로 성황을 이뤘다. (오른쪽)서울 안국동 북카페 ‘삼가연정’의 실버 바리스타들.
삼가연정 운영을 맡은 김인자(58) 사무국장은 바리스타들이 모두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100세 시대에 놀면서 남은 세월을 어떻게 보냅니까. 요즘 예순 살은 예순 살이 아니에요. 노인 기준이 완전히 달라져야 합니다.'20년 뒤엔 50대 이상 유권자가 55% 18대 대선이 끝난 직후인 26일 기획재정부는 ‘대한민국 중장기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저출산·고령화 대응책의 하나로 현재 65세인 고령자 기준 연령을 건강 등 수혜자의 특성에 따라 70세 이상으로 올릴 것을 제안했다. 정년제도 역시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 개편해야 한다고 밝혔다.대선에서 화제가 된 것은 50대의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이었다. 90%에 가까운 투표율이 승부를 갈랐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건 시작이다. 당장 5년 뒤면 50대가 현재보다 200만 명 넘게 늘어난다. 20년 뒤에는 어떨까. 장기 인구 추계에 따르면 2030년 60대 이상의 비율은 전체 유권자(19세 이상 가정)의 약 38%가 될 예정이다.

50대를 포함한다면 55%쯤 된다. 정부는 물론 기업과 사회 모두 이런 변화에 익숙해져야 하는 이유다. 당장 노년·노인에 대한 고정관념부터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인 김경록 대표는 '언어가 사람의 행동을 규정하기도 한다'며 '신체적 나이를 노년과 관련된 고정관념, 예를 들면 아프고 가난하고 외롭다는 말과 연결 짓는 습관부터 버려야 한다'고 했다.대학생 권오학(70)씨도 같은 의견이다. 그는 경기도 안성의 한경대 원예학과 3학년을 막 마쳤다. 방학이지만 28일에도 서울시내 영어학원에서 TOEIC 강좌를 듣느라 바쁘다. 대학 졸업 이후의 진로를 걱정하는 것도 동급생들과 다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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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씨는 '한 번도 내가 노인이라고 생각하며 살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군 부사관으로, 그 뒤에는 항해사와 선장으로 도합 40년을 바다에서 보낸 권씨. 그도 한때 ‘노인’이 될 뻔한 적이 있었다. 2004년 가족과 함께하기 위해 은퇴한 뒤 한동안 일 없이 지냈다. 남들 다 간다는 종로 탑골공원에도 가봤다. 그는 '하루 종일 일 없이 지내는 모습이 너무 싫었다'며 '사회에서 뒷방을 차지하고 국가에 짐이 되는 신세가 되지 말자고 결심했다'고 말했다.대학 진학을 목표로, 젊은 시절 미처 못했던 인문계 고교 과정부터 다시 밟고 2010년 대학생이 됐다. 권씨는 현재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해외파 견봉사단 모집에 신청을 한 것이다. 올해까지 62세였던 나이 제한이 2013년도부터 없어졌다는 말을 듣고 신청서를 냈다. 권씨는 '혹시 KOICA 봉사단에 떨어지면 한경대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해외봉사단에 지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30022542.jpg2030년이 되면 30대 이하의 비중이 줄고 60대 이상이 크게 늘어난다.
50~60대 체감 연령은 평균 10세 젊어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박지숭 수석연구원은 '실제 조사를 하면 50~60대의 경우 체감 연령을 자신의 실제 나이보다 평균 10세 정도 젊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온다'며 '100여 년전 독일에서 규정된 65세라는 기준을 이제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나이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는 것과 함께 사회정책의 기본 틀도 크게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이소정 남서울대 노인복지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노인정책은 의료 외에 빈곤한 노인의 생계를 위한 일자리정책 정도에 그쳤다'며'일자리만 해도 앞으로는 임시 생계수단 정도가 아니라 20~30년 이상을 이어 가며 자아 실현에 나설 수 있는 방향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생애 첫 직업(1커리어)을 은퇴 이후의 직업(2커리어)과 구분하자고 제안한다. 1커리어는 기존 직업처럼 안정적 소득과 연금 납입 등 노년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것으로 제도화하자는 게 그의 제안이다. 2커리어는 생계 걱정에서 벗어나 자아실현과 사회 공헌, 여가 등이 결합된 형태가 바람직하다.여기에 맞춰 연금제도나 일자리정책이 변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노년층 스스로의 변화도 요구된다. 은퇴자협회 주명룡 회장은 '은퇴 이후에는 낮은 자세와 함께 개방적인 의식이 필요하다'며 '나이와 경력을 따지며 원하는 일자리와 사회적 대우를 찾기만 해서는 답이 없다'고 말했다.재정적 준비도 개인의 과제다. 우리나라의 50대 이상은 자산 축적은 부족한데 은퇴 후 시간은 길다. 미래에셋 김경록 대표는 '자산 운용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전문가의 의견을 꼭 참고해 신중하게 준비해야 한다'며 '많이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은퇴 후 축적된 돈을 운용하고 쓸 때도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2012.12.23. [중앙SUNDAY] 취재기사 내용>
 
2013.04.05
대한은퇴자협회(KA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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